플레인, 천년여우 4K 출시 예고
지난 2010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곤 사토시(콘 사토시) 감독의 작품 <천년여우>가 국내에서 4K UHD 타이틀로 발매됩니다.
블루레이 제작 업체인 플레인 아카이브(plainarchive)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 <천년여우>의 사진 한 장을 게재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천년여우>의 포스터와 함께 영어 제목인 Millennium Actress, 4K UHD 태그가 달렸습니다.
사실상 4K 타이틀 발매를 예고한 셈인데,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4K로 발매되는 일은 이례적입니다. 물론 지난해 국내에서 <아키라>가 4K 타이틀로 발매된 바 있으나 드문 일이죠.
국내에서 곤 사토시 감독의 영화가 블루레이 타이틀로 발매된 작품은 <파프리카>가 유일합니다. 이외 그의 작품 대다수는 DVD로만 출시됐습니다.
<천년여우>가 4K 타이틀로만 발매될지, 블루레이와 합본으로 출시될 지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곤 사토시(こんさとし, Kon Satoshi)
국내에서는 곤 사토시 또는 콘 사토시로 불리웁니다. 1963년생인 그는 만화가로 활동하다 이후 애니메이션 제작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하죠.
그는 1997년 <퍼펙트 블루>를 자신의 첫 데뷔작으로 내놓으며 단번에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후 2001년 <천년여우>, 2006년 <파프리카>, 2007년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등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특히 그는 전직인 만화가의 재능을 토대로 대부분의 작품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작화 실력은 많은 애니메이터들로부터 귀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터 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는데, 특히 그의 작품 <파프리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그의 데뷔작인 <퍼펙트 블루>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블랙 스완>에 많은 영감을 심어줬습니다.
그가 타계한 지 어느덧 12년이 흘렀음에도 그의 작품 세계는 아직까지도 유효한 셈입니다.
곤 사토시 유서
2010년 5월 18일 병원으로부터 췌장암 말기를 선고 받은 곤 사토시는 그해 8월 25일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유서를 작성해 왔습니다. 아래는 곤 사토시 유서의 요약본입니다.
선고 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아내와 모색했다. 필사적으로.
항암제는 거부하고 일반적인 세상의 상식과는 다소 다른 세계관을 믿으며 살아보려 했다. 그러나 증세는 하루 하루 확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깔끔하게 죽을 채비를 위해 믿을 수 있는 친구 두 명의 협력을 얻어 제가 가진 저작권 등의 관리를 맡길 회사를 만들어 많지는 않지만 재산이 원활하게 아내에게 양도 되도록 유언장을 만들 생각이다.
이 세상에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불안 요소는 하나라도 없애주고 싶었고 그것이 저편으로 여행을 떠날 나 자신을 안심 시키는 것이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만나 한마디라도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잔뜩 있으나, ‘이 사람과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는 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 죽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일수록 만나는 것이 괴롭다.
저 곤 사토시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행복했다. 나는 정말로 행복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좋은 것들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펜을 놓는다. 그럼 먼저 갑니다.
이번 <천년여우>의 4K 발매를 계기로 곤 사토시의 또 다른 작품들이 4K 또는 블루레이로 정식 발매되길 희망해 봅니다.
